RNA백신

RNA백신의 개발 과정, 몇 단계로 이루어질까?

dachae-yaksa 2025. 7. 22. 13:01

단계별 RNA백신의 개발 과정

 

RNA백신 개발, 시작은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 확보부터

RNA백신은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를 직접 배양하거나 정제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만 확보되면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백신 개발의 첫 번째 단계는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경우, 2019년 말 중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직후,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보하고 이를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공유했습니다.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제약사는 해당 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곧바로 RNA백신 설계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이는 기존 백신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어떤 단백질을 표적으로 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주로 선택되는 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처럼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표면 단백질입니다. 이 표적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mRNA 형태로 변환하고, 실험실 환경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것이 RNA백신 개발의 1단계 핵심입니다.

이처럼 유전자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설계하는 능력은 RNA 백신 기술의 속도를 좌우하며, 팬데믹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빠른 백신 대응을 가능케 하는 과학적 기반이 됩니다.

 

합성과 전달 기술: mRNA를 안전하게 우리 몸에 전달하려면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mRNA를 설계하고 나면, 다음 단계는 합성 및 전달 시스템 개발입니다. mRNA는 자연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분자로, 체내에 주입되면 금세 분해되어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를 보호하고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필수입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LNP)입니다. LNP는 지방으로 된 미세한 입자 구조로, mRNA를 감싸 세포막을 통과하게 하고, 면역세포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쉽게 말해, mRNA를 ‘안전한 캡슐’에 담아 우리 몸속 세포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인 셈이죠.

이 단계에서는 LNP의 조성비, 입자 크기, 안정성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며, 백신의 보관 조건과도 직결됩니다. 실제로 화이자 백신은 -70도, 모더나는 -20도의 냉동 보관이 필요했던 것도 이 LNP 안정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mRNA와 LNP의 결합이 끝나면, 시제품 형태로 제조되어 동물 실험을 포함한 전임상 단계에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는 체내 전달 경로, 단백질 발현량, 면역 반응 유도 여부, 독성 유무 등을 면밀히 검토합니다. 전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비로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별로 꼼꼼히 검증한다

RNA백신이 사람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상시험이 필요합니다. 임상시험은 총 3단계로 이루어지며, 각 단계는 백신의 안전성, 면역반응, 예방효과를 단계적으로 검증합니다.

1단계 임상에서는 소수의 건강한 자원자(보통 20~100명)를 대상으로 백신의 안전성, 이상 반응, 적정 용량 등을 확인합니다. RNA백신은 처음 상용화되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의 안전성 확인이 특히 중요했습니다.

2단계는 수백 명 규모로 확대하여 백신의 면역 유도 능력(항체 형성 여부), 용량별 반응 차이 등을 검토합니다. 여기서는 부작용 발생률뿐만 아니라, 항체 수치나 T세포 반응 같은 면역 지표도 측정됩니다.

3단계는 가장 중요한 단계로, 수천에서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시험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실제 감염 예방 효과, 집단 면역 유도 여부, 연령별·질환별 차이 등을 관찰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약 90% 이상의 예방 효과가 확인되며 긴급 사용 승인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보건당국(FDA, EMA, 식약처 등)에 제출되며, 그 결과에 따라 긴급사용 승인(EUA) 또는 정식 허가가 내려지게 됩니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이 승인 절차가 단축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검증 과정은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대량 생산과 유통, 보관까지: 접종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단계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승인을 받았다면 이제 본격적인 대량 생산 및 유통 단계로 진입합니다. RNA백신은 유전자 설계만 완료되면 인공적으로 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백신보다 생산 속도가 빠르고 확장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생산 과정에서 가장 큰 기술적 과제는 mRNA 합성의 정밀도, LNP 제조의 균일성, 그리고 초저온 보관을 위한 콜드체인 인프라 확보입니다. 특히 RNA는 온도에 매우 민감하므로, 제조부터 수송, 보관, 접종까지 모든 단계에서 온도 관리가 필수입니다. 이 때문에 RNA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유통 관리가 더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백신이 의료기관에 도착하면 접종 일정이 수립되고, 고위험군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보급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모니터링은 계속되며, 백신 이상반응 보고 시스템을 통해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평가됩니다. 실제 접종 후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변이 대응 백신 개발이나, 다른 질환용 mRNA 백신 개발에 다시 활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현재는 냉장 보관이 가능한 차세대 RNA백신, 흡입형·패치형 전달 방식, 자기증폭형 mRNA(saRNA) 등 더욱 진보된 기술들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RNA백신은 접종이 끝나도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감염병 외에도 암, 자가면역질환, 유전질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RNA백신 개발, 과학과 속도의 균형 위에 서다

RNA백신은 전통적인 백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발됩니다. 병원체 없이, 유전 정보만으로 설계부터 접종까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실감하게 합니다. 전체 개발 과정은 크게 보면 다음과 같은 4단계로 요약됩니다.

  1.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 확보 및 mRNA 설계
  2. mRNA 합성 및 LNP 전달 시스템 개발
  3. 전임상 및 1~3상 임상시험 수행
  4. 대량 생산, 유통 및 접종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진행되며, RNA백신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과정 전체를 매우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기술적 유연성에 있습니다.

RNA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그 잠재력을 입증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보관 인프라, 비용 문제, 대중의 신뢰 확보 등은 기술 외적인 과제입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명확합니다. RNA 기술은 앞으로도 다양한 감염병과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백신이 단순한 의학적 도구가 아니라, 정밀한 분자 설계와 디지털 바이오 기술이 결합된 미래 의학의 상징임을 인식해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