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백신

RNA백신은 왜 냉동 보관이 필요할까? 보관법 알아보기

dachae-yaksa 2025. 7. 23. 18:05

RNA백신의 보관법. 왜 냉동 보관이 필요할까?

RNA백신, 왜 보관이 까다로울까?

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2020년 말, 백신 유통과 관련된 뉴스에서 가장 자주 들리던 단어 중 하나는 “초저온 보관”, 즉 냉동 또는 심지어 영하 70도라는 극한의 조건이었습니다. 특히 화이자의 mRNA 백신은 -70℃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콜드체인 확보 문제가 화두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궁금해했죠. “왜 다른 백신은 냉장 보관이면 되는데, RNA백신은 냉동이 필요할까?” 이는 단순히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RNA 자체가 갖는 분자 구조의 특성과 안정성 문제에서 비롯된 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RNA는 생체 내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분자로,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합니다. 단백질을 생성하는 ‘설계도’ 역할을 하는 만큼, 잠깐만 환경이 바뀌어도 쉽게 분해되거나 변형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보존이 어렵고, 외부의 열·습도·효소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RNA 백신은 생산부터 유통, 보관, 접종에 이르기까지 온도 관리가 매우 엄격하게 요구되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필요로 하며, 이는 백신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mRNA 구조의 불안정성과 분해 위험

RNA는 DNA와 달리 단일 가닥(single strand)의 형태를 갖고 있어, 더 쉽게 열이나 화학 반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특히 mRNA는 우리 세포 내에서 단기간 동안 단백질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체외에서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닙니다.

또한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리보뉴클레아제(RNase)라는 효소는 RNA를 매우 빠르게 분해합니다. 이 효소는 우리의 손, 호흡기, 실험기구 등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실온이나 냉장 조건에서 RNA가 장시간 노출되면 빠르게 파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mRNA 백신은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LNP)라는 입자 구조에 mRNA를 감싸서 보호합니다. 이 LNP는 mRNA를 분해 효소로부터 보호하고 세포 안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구조도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저온이 필수입니다.

결국, RNA 백신은 mRNA + LNP라는 구조 전체가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조합이기 때문에,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저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상업용으로 대규모 유통될 때에는 수일, 수주 동안 품질을 유지해야 하므로, 냉동 보관이 기본 전제가 되는 것이죠.

 

실제 백신별 보관 조건과 차이점

RNA 백신이라 해도, 모든 제품이 동일한 온도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두 제품인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의 코로나19 백신을 기준으로 보관 조건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화이자 백신(BNT162b2): 초기에는 -70℃에서 보관이 요구되었으며, 해동 후에는 28℃ 냉장 보관 상태에서 최대 5일간 유지가 가능했습니다. 이후 보완된 버전에서는 -25~15℃ 보관도 가능하도록 개선되었습니다.
  • 모더나 백신(mRNA-1273): -20℃에서 보관이 가능하며, 냉장 상태에서는 최대 30일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이자에 비해 콜드체인 부담이 낮은 편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 회사의 mRNA 합성 기술, 안정화 처리 방식, LNP 조성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같은 mRNA 백신이라도 기술적 디테일에 따라 보관 조건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죠.

한편, 일부 개발 중인 차세대 mRNA 백신은 상온 또는 냉장 보관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큐어백(CureVac)이나 인도의 제약사들은 상온 보관이 가능한 mRNA 백신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수주 간 냉장 보관이 가능한 안정화 mRNA 백신도 임상 단계에 있습니다.

 

냉동 보관 한계 극복을 위한 기술 개발과 전망

mRNA 백신의 냉동 보관 문제는 단순히 물류의 어려움을 넘어서, 백신의 접근성과 형평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선진국은 초저온 냉동고, 콜드체인 유통망, 인력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여전히 백신 공급이 제한되는 구조입니다. WHO나 국제 백신 프로젝트(Gavi)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냉장 보관이 가능한 mRNA 백신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연구되는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mRNA 안정화 기술: 염기 서열을 변형하거나, 특수 캡 구조를 적용해 mRNA가 열과 효소에 덜 민감하도록 설계
  2. LNP 포뮬레이션 개선: 지질의 종류와 농도를 조정하여 나노입자의 내구성과 저장 안정성을 향상
  3. 동결건조 기술(Lyophilization): 백신을 분말 형태로 제조한 뒤, 사용 직전 물로 희석하여 접종하는 방식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mRNA 백신은 냉동이 아닌 냉장 혹은 상온에서도 유통 가능한 형태로 제공될 수 있게 되고, 글로벌 접종 환경에서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독감, RSV, 에이즈, 심지어 암까지 다양한 질환에 mRNA 백신이 적용될 예정이며, 이러한 백신들의 보관·운송 조건을 단순화하는 것이 전 세계 보건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론: 냉동 보관은 기술의 한계 아닌, 과학적 특성의 결과

“왜 RNA백신은 냉장도 아니고 냉동이야?”라는 질문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RNA라는 생체분자의 과학적 성질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기술적 도전 과제를 담고 있습니다. mRNA는 불안정하지만, 백신 기술의 미래를 바꾸고 있는 중심 플랫폼입니다.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선두 기업은 냉동 유통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백신을 조속히 공급했고,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는 과학과 현실의 타협이자, 지금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이제 과학은 다시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습니다. 냉동 보관이 필요 없는 mRNA 백신, 상온에서 보관 가능한 치료제, 간편한 접종 방식까지. RNA 기술은 이제 단지 코로나 백신이 아니라, 미래의 감염병 대응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보관 조건 역시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