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독감, 매년 걸리는 익숙한 바이러스
감기와 독감은 많은 사람에게 너무도 익숙한 질병입니다. 가벼운 기침이나 콧물부터 고열, 몸살까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 노인, 만성질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중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매년 유행 시기가 존재하고, 많은 나라에서 예방접종이 권장됩니다.
하지만 매년 독감 백신을 새롭게 맞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가 매우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형태가 자주 바뀌어, 작년에 맞았던 백신이 올해의 바이러스에는 잘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이러스 종류를 골라,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주목받은 RNA백신 기술, 이런 감기나 독감 같은 변이가 빠른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전통적인 방식의 불활성화 백신이나 단백질 백신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RNA백신 기술이 가져온 변화는 이 분야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RNA백신의 유연성, 독감 대응에 적합한 이유
RNA백신이 기존 백신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빠른 설계와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매년 유행할 바이러스 유형을 세계보건기구(WHO)가 예측해 추천하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제약사가 수개월에 걸쳐 백신을 제조합니다. 그러나 이 예측이 틀릴 경우, 백신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RNA백신은 유전자 염기서열만 확보되면 며칠 안에 설계가 가능하며, 변이 속도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플랫폼입니다. 이는 독감 바이러스처럼 항원이 자주 바뀌는 바이러스에 매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즉, 매년 예상과 실제 유행 바이러스 간의 ‘오차’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또한 전통적인 독감 백신은 주로 계란 배양 방식을 통해 생산되는데, 이 방식은 생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부 항원 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mRNA 백신은 세포 배양이나 계란을 쓰지 않아도 되고, 합성 공정을 통해 정밀하게 항원을 설계할 수 있어, 백신의 정확도와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RNA 기반 독감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RNA백신이 독감 대응에 가장 유망한 차세대 기술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RNA 독감 백신 개발 현황
실제로 이미 많은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이 RNA 기반 독감 백신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모더나(Moderna)와 화이자(Pfizer), 사노피(Sanofi) 등이 있으며, 일부 제품은 이미 임상 3상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모더나는 2022년부터 mRNA-1010이라는 코드명의 독감 백신을 임상 시험 중이며, 기존의 4가 독감 백신처럼 H1N1, H3N2, B/Yamagata, B/Victoria 등 주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응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높은 항체 반응을 유도하며, 면역 지속 기간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함께 접종할 수 있는 혼합형(mRNA combination) 백신도 개발 중인데, 이를 통해 한 번의 접종으로 두 가지 질환에 모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이 기술은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에게 특히 유용할 수 있으며, 접종 편의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역시 mRNA 기반 독감 백신을 개발 중이며, 2024년부터 대규모 임상시험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WHO와 협력해 항원 정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맞춤형 독감 대응 체계를 준비 중입니다.
감기 바이러스에도 RNA백신이 가능할까?
감기와 독감은 혼동되기 쉬운 질환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지만, 감기의 경우 라이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수많은 바이러스가 원인이 됩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종류가 매우 많고 변이가 빠르기 때문에, 특정한 하나의 백신으로 모두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RNA 기술의 유연함을 활용해, 감기를 유발하는 주요 바이러스군에 대한 다가(multi-valent) RNA 백신 개발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중 고위험군에게 치명적인 RSV(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인간 코로나바이러스(계절형) 등에 대해 RNA 백신 적용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2023년에는 GSK와 화이자가 RSV 백신을 성인 대상으로 출시했고, 모더나도 mRNA 기반 RSV 백신을 개발하여 고령층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이는 감기 유사 바이러스군에도 RNA 플랫폼이 충분히 응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다만 ‘일반적인 감기’를 예방하는 RNA백신이 단기 내에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워낙 다양한 바이러스가 관여하고, 질병의 심각성이 낮아 임상과 승인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RNA 플랫폼 기술이 더 발전하고 비용이 낮아진다면, 장기적으로 감기까지 포괄하는 백신 개발도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RNA백신의 확장, 일상 질병까지 바꿀 수 있을까?
코로나19를 통해 전 세계가 mRNA 백신의 위력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빠른 개발, 높은 효능, 유연한 설계라는 장점은 감염병 대응에 혁신을 가져왔고, 그 기술은 이제 독감, RSV, 감기 바이러스 등 보다 일상적인 감염병 예방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변이가 빠르고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독감에 RNA 백신이 적용되면, 매년 효능이 들쑥날쑥했던 기존 백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또한 mRNA 플랫폼의 특성상, 향후 한 번의 접종으로 여러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복합형 백신(combination vaccine)도 상용화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감기까지 RNA백신이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분명한 건 RNA 기술이 이제 감염병 대응의 중심 플랫폼이 되었으며, 우리가 매년 맞는 독감 백신조차 바꿔 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RNA 백신은 팬데믹에만 쓰이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 일상 건강을 지키는 기본 백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독감과 감기, 그리고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RNA 백신의 미래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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